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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회의 ‘촛불 집회’ 릴레이기고 - 김형수
 Asia  | 2008·06·20 10:11 | HIT : 717 | VOTE : 139 |
[작가회의 ‘촛불 집회’ 릴레이기고](4) 김형수

자유·해학… 어제와 다른 연대문화 폭발이다, 정치 폭발이다

휴일 광장은 촛불로 가득하다. 기말고사를 마친 학생들, 외출 나온 가족들, 동창회, 계모임들. 시위대가 어찌 이 모양인가.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로 경찰 저지선이 보이지만, 긴장이 흐르지 않는다. 함평 나비축제에나 어울릴 법한 얼룩소와 생쥐의 외피를 입은 아버지와 아들, 뒷모습에 다들 킥킥 웃는다. 큼직한 글씨로 “너 때문에 미치겠<소>”와 “나 때문에 약오르<쥐>”를 쓴 퍼포먼스. 풍자이고 해학이다. 진압부대가 물대포를 쏘고, 여학생이 밟히던 날도 청와대 쪽을 향하던 시위대 왈, “때리러 가는 거 아니다. 말로만 할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 경고방송을 하면 “노래해, 노래해”, 해산하라고 외치면 “안 들려, 안 들려”, 경찰이 막으면 “퇴근해, 퇴근해”, 시위하는 아가씨와 진압하는 전경이 문자 친구도 맺는다. 나는 그 속을 거닐며 감격적인 우수에 젖을 뿐이다.

도대체 이 눈높이는 어디서 온단 말인가? 우리 세대에게 주입된 ‘슬프고 초라한 한국’은 어디로 갔는가? 일본에 36년간 지배당하고, 동족 전쟁을 벌이며, 군사독재에 유린되던 국민은 다 어디로? 국제무대에만 나가면 콤플렉스에 사무쳐 감정형(型) 명사 ‘조국’을 외우던 ‘대한 건아’들은 또 어디로? 신·구세대 사이에는 아무 경계도 없지만, 내면엔 너무 다른 ‘국가’가 있다.

경상도에서 올라온 피리부는 초등학생, 화나서 뛰어온 중학교 학생회장, 이명박 아저씨 때문에 자존심 상한 여고생은 호소한다. 대통령은 왜 학교에서 배운 대로 하지 않는가, 법을 지키지 않는가, 대한민국을 삼류로 만들고, 국민을 싸구려로 아는가? 부시를 만났을 때 왜 안톤 오노를 만난 김동성처럼 하지 못하는가, 일본 왕 앞에서 왜 아사다 마오를 대하는 김연아 같지 않은가? 최경주가 우즈 앞에서 그러는가, 박지성이 호날두 앞에서 그러는가?

이들의 발언 속에는 삶의 질을 버리고 물신주의를 택한 유권자와 그 지도자들이 0교시 수업, 영어몰입교육 운운하는 천박한 허영에 대한 조소가 담겨 있다. 박치기왕 김일과 눈물의 복서 유제두의 나라에서 상상된 장밋빛 꿈으로 세계 10대 경제강국, 월드컵 4강 진출국에서 고민하는 공동체의 미래를 훼손하는 데 대한 노여움이 들어 있다.

그들은 일렬종대를 하지 않는다. 엄숙해지지 않는다. 연단을 쌓지 않는다. 연설자를 두지 않는다. 누구나 자유발언이고, 개인행동이며, 즉흥난장이다. 자유로운 것과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은 히딩크가 한국 선수들에게 강조한, 축구 4강의 첫번째 자질이었다.

이 시위대가 지상 최강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2002년 한 달 가까이 ‘월드컵 MT’를 보낸 정도의 국가 쇄신 역량은 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100만 촛불이 켜졌던 날도,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지방에도 도시마다 촛불이 켜졌다. 발언은 온라인에서 하고, 깃발은 오프라인에 거는 사람들. 배타적 마니아 집단들이 관계를 맺으면서 형성한 공동체는 개인의 파편화, 취미 집단화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연대를 구현했다. 그래서 광장이 시작이 아니듯이 해산도 끝이 아니다.

아고라는 ‘재택 촛불’을 제안했고, 동네에서는 촛불 산책을 하는 이도 있는데. 귀가하면 곧 토론방에 들어가 지난 하루를 학습하고 언론 바꾸기 숙제를 하며, 댓글들은 매일같이 신화를 만들고 무너뜨린다. 생각과 생각, 지혜와 지혜, 의견과 의견들이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집단지성은 밤마다 새로운 언어를 창제한다.

모든 것이 충돌하는 우정이요 디지털 시대의 민요이다. 중딩이 만들었는지, 고딩이 만들었는지, “0교시 하면 잠 못 자면 되고, 쇠고기 수입하면 광우병 걸리면 되고, 죽으면 대운하에 뿌려지면 되고∼” 같은 촌철살인의 노래 같은 것.

그 현장에서 나는 확인한다. 미완성적 허기에 사로잡힌 어제의 의식은 낡은 개량한복처럼 오늘의 몸에 맞지 않음을.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학자도, 연예인도, 학문도 예술도 문학도, 아, 문학도 나도 낡은 옷을 벗지 않으면 한낱 옛 추억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곁에 와 있는 것, 이것은 과연 문화폭발이란 말인가, 정치폭발이란 말인가?

[경향신문200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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