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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하노이에서 - 방현석
 Asia  | 2009·08·17 21:19 | HIT : 537 | VOTE : 83 |
다시 하노이에서  

1년 만에 하노이에 왔다.

베트남은 여전히 눈부시다. 도이모이란 이름의 개혁개방 정책을 도입한 이후 20여 년을 베트남은 연평균 8%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해왔다. 세계 경제가 휘청거린 지난해에도 베트남은 6.2%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래서인지 베트남의 문인들도 변함없이 씩씩하다. '전쟁의 슬픔'이란 장편소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바오닌, 베트남의 여성작가를 대표하는 레밍퀘, 세련된 서사로 서구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호안타이와 함께 2박3일을 보냈다.

열일곱 살에 자원입대하여 베트남전쟁이 끝난 1975년까지 6년을 전선에서 보낸 바오닌은 지금도 전쟁에 대한 허망함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바오닌은 소대원들이 너무 빨리 죽는 바람에 입대한지 8개월 만에 12명의 소대원을 이끄는 지휘관이 되었다. 그의 소대원 12명 중에서 전쟁이 끝나던 1975년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오직 다섯 사람이었다. 그 다섯 명 중에 세 명은 사이공을 접수하던 날인 4월 30일 새벽에 사이공의 떤선 공항에서 전사했다. '전쟁의 슬픔'은 전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전쟁터로 불려 나와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 절망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두 주 가까이 통화가 되지 않던 바오닌은 그동안 시골에 다녀왔다고 했다. 전쟁이 끝난 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는 해마다 한두 차례 옛 소대원들의 고향을 찾아간다. 올해도 전쟁에서 죽은 소대원들의 부모님을 만나고 돌아온 그의 눈빛은 심하게 흔들렸다.

"지금 어느 외국이 하노이의 턱 밑까지 쳐들어온다고 해도 난 싸우지 않을 거야. 그냥 무시할 거야. 그 어떤 치욕도 전쟁보다는 나으니까. 그리고 전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

그러면서 전쟁의 황당함 세 가지를 말했다.

첫 번째는 책임 없는 이들이 책임을 지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터에서 죽고 죽인 병사들은 대부분 고작 스무 살 안팎의 젊은이들이었다. 두 번째는 많이 죽일수록 영웅이 되고, 죽이지 않으면 죄인이 되는 것이 전쟁의 윤리였다. 세 번째는 이별이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해야 했고, 그의 소대원 열두 명 중에 열 명이 그랬던 것처럼 이 세상과 영원히 이별해야 했다.

그러면서 바오닌은 단언했다.

"베트남은 적어도 앞으로 30년간은 전쟁을 하지 않을 거야. 우리가 긴 전쟁을 치르면서 얻은 유일한 교훈은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아무리 나쁜 평화도 전쟁보다 더 나쁘지는 않아. 우리 전쟁 세대가 살아 있는 한 베트남에서 전쟁은 용납되지 못해."

목숨을 바쳐 이룩한 사회주의 체제가 스스로 그 정반대의 가치를 쫓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베트남전쟁 세대의 심경은 착잡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도대체 이렇게 될 것을 가지고 왜 그 많은 희생을 치르며 전쟁을 한 것이냐는 질문에 바오닌은 아주 짧게 대답했다.

"비극이지."그리고 되물었다.

"그렇지만, 더 큰 비극은 우리보다 너희 나라에 있지 않아? 베트남은 그래도 전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배웠어. 그런데 한국은 뭘 배웠어?"

한국전쟁은 세계에서 유래가 드문 잔인한 전쟁이었다. 전쟁 3년 동안 한국이 치른 인명과 재산 피해는 30년을 지속한 베트남전쟁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세계사 속에서 베트남전쟁은 뚜렷이 각인되어 있지만 한국전쟁은 기억하는 이들이 드문, 묻힌 전쟁이 되었다. 베트남에서는 기나긴 전쟁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전쟁의 부정적인 모습을 확인하고,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반면에 한국은 전쟁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조차 없이 살상이 전 국토를 휩쓸고, 끝이 나버렸다. 전쟁의 비극은 감추어져 버렸다.

베트남의 전쟁 세대들이 볼 때, 미사일을 발사하는 쪽이나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나서는 쪽이나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통해 잃어버릴 것이 베트남보다 결코 적지 않다. 그 어떤 명분의 전쟁도 가장 나쁜 평화보다 나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할 때다.

[국제신문 2009.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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