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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 이대환
 Asia  | 2006·06·26 14:40 | HIT : 1,130 | VOTE : 206 |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케이프타운은 멀었다. 인천을 이륙해 홍콩과 요하네스버그를 경유하며 꼬박 24시간을 바쳤다. 여객기는 하루 동안에 무려 두 계절을 가로질렀다. 포항은 봄인데, 거기는 가을이었다.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해변의 ‘희망봉’이란 돌덩어리를 밟겠다는 여행이 아니었다. 아프리카 젊은 작가와 원로 작가를 만나야 했다. 포스코 청암재단의 지원을 받는 아시아 문예지 창간을 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강하는 것과 더불어, 시야를 확장하고 그들에게서 어떤 신선한 영감도 얻고 싶었다.

내가 소중히 기억해온 아프리카 작가는 노벨상 수상자인 나딘 고디머와 월레 소잉카는 아니다. 치누아 아체베와 응구기와 시옹고, 노벨상이 이들을 비켜감으로써 그 권위에 흉터를 남겨준 작가들이다.

그러나 일상의 나에게 아프리카는 탁월한 흑인 작가들의 빛나는 이성과 감성의 이미지로 존재하지 않았다. 선입견처럼 박힌 이미지는 ‘무지와 기아와 질병의 대륙’이었다.

케이프타운대학 아프리카연구소 부소장, 대표적 문학평론가 하리가루바. 나이지리아 출신의 이 덩치 좋은 사십대 지식인은 마치 황색 작가의 일그러진 아프리카 이미지를 꿰뚫어본 것처럼 말했다.

“아프리카는 무지와 기아와 질병의 대륙이라는 이미지부터 벗어야 합니다.” 옳은 주장, 옳은 소망이었다. 고대 아프리카에는 흥미롭고 보배로운 민담(구전문학)이 즐비했다. 당연히 고유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총을 앞세운 정복자들(백인)은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짐승 같은 원주민 집단서식처’ 수준으로 완벽하게 먹칠해 버렸다. 그래서 오늘에도 아프리카 지식인은 유럽의 근대가 아프리카의 원죄(原罪)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 대목에서 황색 작가가 조심스레 짚어 보았다.  “아프리카 대륙에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라는 유럽식 근대의 두 레일을 깔지 않고도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을까요? 아프리카 나라들도 언젠가는 유럽연합 비슷한 공동체적 연대를 이뤄야 하지 않을까요?”

일흔 살 넘은 왜소한 시인 제임슨 메튜. 젊은 날에는 신문팔이와 급사로 전전한 뒤 시인이 되어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인종차별주의 백인정권)에 저항했다는 그는 “문학은 지금 정권의 잘잘못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올곧은 늙은 시인과 점심을 먹는 카페의 화장실 문짝에는 벽걸이 달력만큼 세련된 큼직한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황색 이방인의 눈길을 강렬히 붙잡은 그것은 정기적 토론회를 알리는 포스터. 주제는 굵은 영어로 찍혀 있었다.  ‘TRC 이후,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 화해위원회’(TRC)는 이태 전 한국정부가 벤치마킹 한다고 해서 한국인에게도 그다지 낯설지 않은 이름이 되었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1994년 설립한 TRC는 무려 342년에 걸친 백인정권의 흑인에 대한 인권탄압 범죄를 슬기롭게 다루었다.

지금 남아공은 TRC 이후의 진로를 고민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레인보우 네이션’을 추구한다. 무지개 나라. 흑색, 칼라드(혼혈인), 백색, 황색 등 모든 인종이 대등하게 어우러지는 나라를 지향한다. 하지만 쇼핑센터에서는 흑인 손님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인구 90%의 흑인이 정권을 잡았으나 경제력은 10%의 백인이 장악하고 있다는 폭로였다.

남아공은 먼 길을 가고 있었다. 다행히 좋은 나침반과 이정표는 세울 듯했다. 흑인정권의 잘잘못도 흑인이 냉철히 비판하고 민주주의와 경제의 두 레일을 깔면서 ‘레인보우 네이션’으로 나아가는....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권력쟁탈전을 좌우논쟁으로 대체시키고 권력형 부패구조도 좌우논쟁으로 감춰버린 나라. 그래서 정치인과 정자(精子)의 공통점은 ‘인간될 확률이 100만 분의 1’이라는 풍자가 고소한 엔돌핀의 웃음꽃을 만발시키는 나라.

이제 우리는 좌우를 넘어 공감할 ‘건강한 미래’의 테제를 제출해야 한다. 이건 누구보다 ‘현실과 이상의 변증법적 대화를 부단히 시도하는 지식인’과 ‘영혼의 균형과 고뇌를 가진 정치인’의 몫이다.              

이대환 작가, 계간 아시아 발행인

[06.4.26 대구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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