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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ol is power...
 이희경  | 2006·06·26 20:59 | HIT : 1,657 | VOTE : 312 |
Control is power. That’s power.
  자제력이 힘이다. 그것이 권력이다.

  나는 책 기획자이다. 기획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건… 책은 종합예술이라는 거다. 작가도 필요하고, 자본가도 필요하고, 나 같은 기획자도, 디자이너도, 각 파트의 기술자도, 또 독자도 필요하다. 책이 이렇게 종합예술이 되면서 피할 수 없는 장애를 만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상업성’이다. 무시할 수도, 얽매일 수도 없는 그것이 바로 책이 직면하게 되는 현실 같다. 이렇게 소망을 담은 책을 보았을 때 느끼는 첫 상념은 바로 ‘상업성의 장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이것도 어쩜 직업병의 일종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큰 출판사에 들어가서는 복제만 해대는 공룡에 질려 1년 만에 나왔고, 그 후에 정말 작은 출판사에 들어가 유일한 편집원이면서 편집장인 애매한 직함으로 본격적인 출판을 시작했다.

  회사가 워낙 작다 보니깐 책 하나에 전 직원의 한 달 월급이 매달려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책을 기획하고, 저자를 섭외하고, 출판을 결정하면서 내 인생 처음으로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일을 즐기게 되었다. 내가 열심히 만든 책들이, 강력한 뒷받침을 해 주지 못하는데도 스스로 살아남는 것을 보면서 믿음이나 확신, 희망 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생기자 더 이상 쩔쩔매며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고 소신껏 한 권 한 권 정성을 다해 책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난적이 하나 생겼다. 시장을 알게 되고, 책을 알게 되니깐 상업성의 마술에 걸려들게 된 거다. 시작은 오너로부터의 압박이었는데, 어느새 나는 스스로 알아서 상업성을 정교하게 계산해서 책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잔재주로 거의 유사한 생산품을 찍어내고 있는 나를 보고 소름이 끼쳤다. 그래서 회사에 사표를 내고 학교에 다시 돌아가게 된 거다. 석사를 졸업한지 8년만의 일이었다.

  계간지 『아시아』를 보면서 전술한 내용들이 영화필름처럼 내 머리 속을 휘감고 지나갔다. 이 책의 출간 동기부터 과정, 또 편집인들의 숨결 속에 녹아 있을, 아마도 내가 느꼈을 그것과 비슷할지도 모를 처음의 그 뜨거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창간사에 있는 신상웅 교수님 말씀을 보고 가슴이 저릿해져서 한동안 읽고 또 읽으며 주변을 맴돌았다. 딱 그분이 느껴졌고, 『아시아』가 어떤 의미인지 거기에서 느낌이 또렷하게 다가왔다.

  영국에 있을 때, 처음으로 일본인에 비해 한국인인 내가 차별을 받는다는 걸 알았다. 그때까지 인종에 대해, 차별에 대해, 또 다름에 대해 피부로 느낀 적도, 의식을 한 적도 없었다. 그러던 내가 영국에서 그런 체험을 하게 되고, 한국에 돌아와서 어느 순간 부쩍 늘어난 외국인 노동자들과 조선족 동포들을 보면서, 또 그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일을 목격하면서 인종과 차별과 국경의 벽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것은 정말 무지에서, 소통의 단절에서, 힘의 폭력성에서 나오는 광기라고 생각한다. 누가 누구와 다르고, 누가 누구보다 낫고, 누가 누구를 제압하고….

  이러한 단절의 늪에서 소통의 단초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역시 예술가, 그리고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먹고 사는 문제를 초월한, 영혼으로 어우러지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벽을 허무는, 혹은 서로를 알아가는 그 다리에 그것이 놓여 있다. 혹은 그것이 다리가 되어 우리의 왕래를 돕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그것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얼마 전에 우연히 ‘쉰들러 리스트’를 보게 되었다. 예전에 한 번 본 영화라 집중하지 않고 그저 심심하지 않게 하는 소음 정도로 틀어 놓고 있었는데, 한 대목이 귀에 쏙 들어왔다. 쉰들러가 광폭하게 권력을 휘두르는 독일인 장교에게 “Control is power. That’s power.”라고 말하는 대목이었는데, 나는 한글 자막이 더 기가 막혔다. “자제력이 힘이다. 그것이 권력이다.”라고 되어 있었다.

  아시아 혹은 아프리카, 중동과 남미의 어느 작은 나라들은 정말 자제력을 잃은 힘과 권력의 광기에 의해 많이도 짓밟힌 대륙이고 민족이다. 그 안에서 우리의 삶도 문학도 문화도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이 자제력이 아시아간에 또 아시아와 서유럽간에, 궁극적으로는 우리 인간간에,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인간과 자연간에 정말로 지켜졌으면 좋겠다. 그 속에서 서로의 문화를 인정해 주고, 바라봐 주면서 함께 마음껏 향유했으면 좋겠다. 너와 나의 다름을 폭력이 아닌 호기심과 재미로 승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지극히 이상주의적 발상이지만, 이러한 소망이 모여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출발점에서 난 『아시아』를 읽었다.

  나의 게으른 독서의 진도가 아직 출간사를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문득문득 이 책을 들여다 보면서 나의 문학적 상상력과 앎의 영역을 넘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될 것이다. 그런 기회가 이 책에는 잠재해 있다. 이것의 미래가 ‘상업성’의 막강한 벽을 넘어, 어떤 ‘주의’를 넘어 서로가 함께 느낄 수 있는 문화의 장이 되기를 바라며, 수준 높은 문학과 독자가, 국경과 사상과 인종을 넘어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와중에 경계해야 할 것은 역시 우리만의 리그, 혹은 그들만의 축제가 돼버려 때가 되면 알을 까듯 나오는 무의미한 편수의 증가일 것이다. 이것이 무의미한 작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사람들의 시야를 잡아주는 동질감과 만족감의 획득을 꿈꾸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을 언급하자면, 바로 언어의 장벽이다. 이것의 해결을 일시적으로는 영어로 할 수 있으나, 그것은 출발부터 불안하다. 이것은 내가 책을 만들면서, 번역서를 읽으면서, 번역자들을 보면서 늘 느끼는 허기감하고도 통한다. 이러한 장벽을 메울 수 있는 뭔가를 찾아야 하는데… 지금은 정말 모르겠다. 알 수 있는 건 그것의 명확한 한계 지점,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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