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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여성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사하르 칼리파(68·사진)가 자신의 소설 <유산> 한국어판(송경숙 옮김, 아시아 펴냄) 출간에 맞추어 한국을 찾았다. 칼리파는 지난주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문학포럼과 5일 재단법인 한국-아랍 소사이어티(사무총장 최승호)가 주최한 제2회 한국-아랍 문학포럼에도 참가했다.
4일 저녁 출판기념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칼리파는 “2006년 <가시선인장>에 이어 두 번째의 소설이 한국에서 나온 것이 놀랍고 기적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유산>은 오슬로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 사이에 평화에 대한 전망이 밝아진 1990년대 초가 배경입니다. 그러나 꿈과 현실은 달랐죠. 이 소설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꿈과 현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바랍니다.” 그는 “외국 독자들이 아랍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로서 이 소설에 관심을 지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산>은 팔레스타인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공한 여성 자이나가 아버지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의 고향에 가서 겪는 일들을 다룬다. 제목은 아버지가 자이나에게 남긴 물질적 자산과 함께 팔레스타인·아랍 민족의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아울러 가리킨다.
칼리파는 이스라엘의 점령 통치와 빈곤, 팔레스타인 사회의 가부장적 억압 등 이중 삼중의 구속과 억압 아래 놓인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삶을 조명해 왔다. 작품이 전 세계 17개 나라에 번역되었으며 아랍권의 권위있는 상인 나기브 마푸즈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 소설은 아랍과 팔레스타인 내부의 모습을 내부의 시각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피와 땀이 있는, 살아 있는 민중이 주인공이죠. 아랍 하면 오일 머니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지만, 여전히 가난과 억압에 시달리는 아랍인들이 많습니다. 제가 소설을 통해 추구하는 아랍적 정체성을 굳이 말로 하자면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대열에 동참하는 일’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최재봉 문학전문 기자 bong@hani.co.kr, 사진 아시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