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경리 마지막 산문 ‘물질의 위험한 힘’ 문예지에 실려
“생명 아름다운 이유는 능동적이기 때문”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은 다 아름답습니다. 생명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능동적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5일 타계한 ‘토지’의 작가 고(故) 박경리(사진)씨가 생전에 쓴 마지막 산문이 23일 발간된 문예 계간지 ‘아시아’의 여름호(통권 제9호)에 실렸다. 지난달 4일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에 기고한 ‘물질의 위험한 힘’이라는 제목의 빼어난 산문이다.
계간 ‘아시아’측은 “지난 2월 선생님께 ‘작가로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산문을 부탁드려 원고를 받았는데, 그 글이 마지막 글이 될 줄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고인은 글에서 생명의 아름다움을 능동성에서, 물질적인 것의 위험함을 피동성에서 포착하는 철학적 사색의 깊이를 보여주면서, 또한 이미 폐암선고를 받은 가운데서도 죽음에 대한 담담하고 의연한 마음가짐을 드러내 읽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고인은 “살아 있는 것, 생명이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요즘처럼 그렇게 소중할 때가 없다”면서 그 아름다움을 약동하는 생명력 곧 그 능동성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피동적인 것, 물질적인 것에 대해 부쩍 두려움을 느낀다며 즉물적인 세상에 대해 우려했다.
“현대의 사람들은 이해관계 중심으로 살아가면서 그 같은 도덕률이나 가치관 대신에 건조하고 즉물적인 삶을 영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삶이 좋다면야 할 말이 없겠는데 물질이 개입되어 있으니 좋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고인은 죽음에 대해 ‘거인’다운 의연함을 보였다.
“나는 죽음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는 해도 아무리 발버둥친다 한들 죽음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그동안 살아온 연륜에서 터득한 내 나름대로의 진리입니다.”
그러면서 “세월이 흘러서 나이도 많아지고 건강도 예전만 못하니 세상을 비관하고 절망을 느낄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며 요즘 들어 인생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했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
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