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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성작가 살와 바크르 “가부장제 타당성, 문학 통해 재조명”
ㆍ소설 ‘황금마차는…’ 출간 맞아 방한
“가부장제로 여성이 부당하게 핍박받을 뿐 아니라 남성도 어떤 의미에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남성들이 경제적 부양 의무를 지는 등 고난을 스스로 짊어지는 측면이 있는데, 문학을 통해 가부장제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 문제 제기로 재조명하고 싶었습니다.” 아랍을 대표하는 이집트의 여성 작가 살와 바크르(59·사진)가 장편소설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아시아)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작가의 이름은 낯설지만 그가 작품을 통해 말하려는 화두는 낯설지가 않다.
작품 출간과 함께 17~18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회 한국-아랍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한 그가 17일 서울 인사동의 한 찻집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황금 마차…>는 이집트 카이로 부근의 여성교도소에 수감된 15명의 여죄수와 한 명의 여교도관의 아픈 인생을 다뤘다. 새아버지를 살해해 감옥에 수감된 ‘아지자’를 화자로 내세워 이들의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하나로 엮었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여주인공은 선량한 여성들이 여죄수가 될 수밖에 없던 배경을 들으며, 그들을 황금마차에 태우고 하늘로 데려가 지옥같은 세상에서의 구원을 꿈꾼다. 소설은 아지자의 환상 속에 여죄수들의 사실적인 인생 역정을 삽입하는 액자식 구성이다. 마치 ‘천일야화’를 읽듯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 속에 책장을 넘기는 손이 지루하지 않다.
작가는 “1989년 노동운동에 참여했다 여성교도소에 수감됐는데, 범죄를 저질러 투옥된 여죄수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고 그 느낌을 재구성해 소설로 썼다”고 말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카이로 식량성(省) 배급 검사관, 영화 비평가로 일하다 문학의 길을 택했다. “처음에는 정치에 관심이 있었지만 정치 활동에서 좌절과 절망을 맛봤다. 마지막으로 문학을 통해 이야기하자고 마음먹었고, 문학을 통해 인간 역사의 이면, 인간 관계, 사회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소설 속에서 고난받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아랍 사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농경문화를 중심으로 정착생활이 이뤄지면서 모든 문명권에서 가부장제가 성장해왔어요. 남성우월적 가부장제는 아시아권에 만연해 있기에 소설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 방문은 지난해 11월 전주에서 열린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에 참가 이후 두 번째다. 그는 “한국은 산업이 발전한 나라로만 알았는데 한국의 높은 문화적 수준을 발견하고 매우 놀랐다”며 “이번 포럼을 통해 아랍의 여성문제와 여성문학을 소개하고 한국의 여성문학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경기자 samemind@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