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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후의 '숨겨진' 일본이야기[매일신문2008.04.09]
 Asia  | 2008·04·09 17:09 | HIT : 4,845 | VOTE : 1,288 |
[책] 일본 작가 2인 소설 2권 '같은 이야기, 다른 이야기'
2차대전 후의 '숨겨진' 일본이야기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메도루마 순 지음/유은경 옮김/도서출판 아시아 펴냄

동시대 두 일본 작가의 소설 2권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됐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집 '슈샨보이'와 메도루마 슌의 소설집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이다. 아사다 지로는 1951년 도쿄 출생이고 메도루마 순은 1960년 오키나와 나고 시 인근에서 태어났다.

메도루마 슌은 오키나와 출신이다. 이곳은 원래 류큐 왕국이었다. 1590년 도요토미 히데요시 정권의 공물요구를 받았고, 1609년 일본 동남부에 위치한 사쓰마 번의 침공을 받았다. 1879년 오키나와 현으로 일본에 복속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오키나와 전투(1941)는 오키나와 인들의 정체성에 혼란을 더했다. 적군인 미군은 연안에 함대를 정박하고 연일 포를 쏘아댔고, 전황이 나빠지자 아군인 일본군은 오키나와 인들에게 자살을 강요했다. 살아남은 자들은 동굴 속에 숨어 지내다가 미군 토벌대의 화염방사기 세례를 받았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의 통치를 받던 오키나와는 1972년 일본에 반환됐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구단의 겨울 전지훈련장으로 이름난 곳이기도 하다.

메도루마 순의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은 일본의 주변부에서 살아온 사람, 본토의 아픔보다 더 많은 아픔을 겪었지만, 본토인과 역사를 공감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오키나와 출신작가 메도루마 순은 주류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도쿄의 구정물 흐르는 골목길을 걸었던 아사다 지로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다. 오키나와 출신의 브라질 할아버지는 일본인이지만 일본의 잘난 역사에 참가하지 못했다. '잘난 일본'이 제국주의로 팽창하던 시절 그는 먹고살기 위해 브라질에 가야 했고, 브라질에 가 있는 동안 오키나와에 남은 그의 가족들은 미군과 일본군에게 학살됐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에게 남은 것은 고독과 환경오염뿐이었다. 본토의 개발바람은 오키나와에도 불어닥쳤고 제당공장의 폐수와 양돈장의 배설물은 강을 오염시켰다. 강에는 먹을 수 없는 기형물고기뿐이었다.

'절대로 먹을 수 없는 물고기' 틸라피아와 화려한 일본의 부활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일본은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고통의 정점에 존재했던 오키나와에 남은 것은 '절대로 먹을 수 없는 물고기' 틸라피아였다.

소설집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 속에 포함된 또 다른 소설 '투계'는 오키나와 반환으로 현지 조직폭력배들이 본토 조직폭력배의 침범에 대비해 뭉치고 더욱 악한이 돼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현지 폭력배는 본토 폭력배의 침입이 두려워 현지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하고, 그 과정에서 현지인을 더욱 핍박한다. 본토와 같은 성공 따위는 누려본 일이 없지만 폐해는 더욱 심각한 것이다.

이 작품 역시 고발문학은 아니다. 아사다 지로와 마찬가지로 메도루마 순은 인간의 삶을 이야기할 뿐이다. 메도루마 순의 소설은 이에 더해 오키나와 특유의 자연과 영혼의식, 토속성을 진하게 품고 있다. 일본 본토의 현대 소설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옮긴 이 유은경 교수는 번역작업 전 오키나와를 여행하면서 '낯선 일본'을 절감했다고 밝히고 있다. (슈산보이, 311쪽, 9천500원)(브라질 할아버지의 술, 253쪽, 1만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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