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팔레스타인 대표시인 다르위쉬
"시인은 암흑 속에서 희망.행복 만드는 존재"
"이 세계에서 희망과 행복을 만드는 것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삶이 암흑처럼 검더라도 시인은 그 안에서 빛을 찾아야합니다"
"팔레스타인은 어떠한 압박에도 끝까지 저항해나갈 것입니다"
1960년 첫 시집 '날개 없는 새'를 발표한 뒤 반세기 가까이 팔레스타인 민중의 아픔과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를 노래해 온 팔레스타인 대표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쉬(66)가 전주에서 열리는 '2007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전주(7-14일)' 초청작가 자격으로 7일 한국을 방문했다.
최근 국내에서 시선집 '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아시아 펴냄)을 출간하기도 한 그는 이날 낮 12시 정동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시집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시인들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팔레스타인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시인은 먼저 "내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 바로 팔레스타인 시인들의 시가 민족 간의 경계를 허물고 한국인들의 마음에 도달하게 된 증거"라며 "나의 시가 한국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감동을 주기를 바란다"고 출간 소감을 전했다.
또 "시가 현실을 바꿀 수는 없어도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는 있다"며 "시는 자유를 향한 거대한 미침이며 시인들은 자유를 갈망하다 미친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휴머니티에 대한 갈망이 우리 시인들을 한데 묶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인 송경숙씨가 번역한 '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은 그의 초기 대표시집 '올리브 잎새들'(1964)에 수록된 '인간에 대하여'부터 2004년 간행한 시집 '네가 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 말라'까지 12종의 대표 시집에서 작품들을 뽑아 엮은 것으로 조국 상실의 회한,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 팔레스타인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이 잘 담겨있다.
시인은 특히 "팔레스타인은 지구 위에 남은 마지막 점령지다. 우리에게 행해지는 압박에 저항해나갈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독립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핵심에 대해 "400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국민들이 이스라엘의 점령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 시인은 "팔레스타인이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땅은 빼앗긴 땅의 22%에 불과한데도 이스라엘은 그 마저 들어주지 않고 있다"며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이 가까운 시일 내에 종식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시인은 간담회장에서 시집에 실린 '오늘같은 날에', '유랑이 없다면 나는 누구란 말인가?'라는 두 편의 시를 팔레스타인어로 낭송했다. 이에 대해 시집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고은 시인이 답례로 다르위쉬의 시 '내사랑…잠들지 말라'를 낭송하기도 했다.
1941년 팔레스타인 악카 근방의 마을 바르와에서 태어나 수니파 무슬림 가정에서 성장한 다르위쉬는 1948년 7살 때 이스라엘 군대가 마을을 파괴하고 주민들을 학살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레반으로 피신한 뒤 평생 유랑하는 삶을 살아오고 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 팔레스타인 작가ㆍ언론인 협회장 등으로 선출돼 활동한 바 있으며 아시아ㆍ아프리카 작가회의가 주는 로터스상(1969), 유네스코가 수여하는 아비센나상(1982),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예술문학훈장(1993) 등을 수상했다.
이준삼
jslee@yna.co.kr
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