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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성작가가 말하는 여성 [연합뉴스 2007-02-26]
 Asia  | 2007·02·26 19:48 | HIT : 4,981 | VOTE : 1,240 |
아시아 여성작가가 말하는 여성

계간 문예지 '아시아' 봄호 특집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눈물과 한숨뿐이었다. 아들을 간절히 바라던 아버지는 딸의 출생이라는 반갑지 않은 사건에 크게 상심했다. 아랍 사회에서 딸은 가문의 대를 잇지 못한다. 나는 자신이 쓸모없고 가치도 없는 성(性)에 속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굴레에서 탈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나는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그림 그리기에 매달렸다."

팔레스타인 여성 소설가 사하르 칼리파(66)가 어린시절부터 여성으로서 느꼈던 억압을 적은 '나, 내 삶, 내 글'이라는 제목의 산문에 실린 글이다.

계간 문예지 '아시아'가 창간 1주년을 맞아 이번 봄호에 사하르 칼리파를 비롯 몽골, 대만, 터키, 한국 등 아시아의 여성작가들이 성적 억압이나 남성 중심의 사회 등에 대해 쓴 산문이나 소설, 시를 발췌해 '아시아의 여성작가'라는 특집을 마련했다.

터키의 샙넴 이시귀젤(34)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다루기 힘든 근친상간을 소재로 한 소설 '어느 오후'를 썼다.

'아시아'의 편집위원이자 문학평론가인 전승희씨는 이 작품에 대해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성관계를 맺어오면서 의식적으로는 사랑이라 우기지만 무의식적으로는 트라우마의 특징적 현상인 의식분열에 시달리는 여성의 문제를 대담한 필치로 다룬 작가의 용기가 놀랍다"고 평했다.

여권 신장 운동에 앞장서온 파키스탄의 유명한 시인 키시와르 나히드(67)는 역설적 화법으로 당당한 여성상을 표현했다.

"우리는 죄 많은 여자들./가운 걸친 자들의 위엄에 주눅 들지 않고/자신의 삶을 팔지 않으며/고개를 숙이지도 않고/손을 얌전히 포개지도 않는다.//우리는 죄 많은 여자들./반면에 우리 몸뚱이가 거둔 수확을 팔아먹은 자들은/고귀해지고/유명해지고/당당한 왕자가 된다."('우리는 죄 많은 여자들' 중)

봄호에는 이밖에 몽골 소설가 울찌툭스가 낙태문제를 다룬 '여자' 등의 단편과, 싱가포르 시인 령류걱이 관습으로서의 결혼을 비판한 '당신과 나' 등의 시가 수록됐다.

한편 봄호에는 소설가 박완서씨가 '나에게 모국이란 무엇일까?'라는 제목으로 모국어를 성찰한 산문도 힘께 실렸다.

박씨는 20년 전 미국에서 딸 부부 가족과 들른 디즈니랜드에서 "어려서부터 귀에 익은 모국어의 톤이 불현듯 그리워 눈물이 핑 돌았다"면서 "그때 나에게 모국은 이념도, 다이내믹한 에너지도, 매운 맛도, 산천초목도 아닌 말"이었음을 느꼈다고 적었다.

도서출판 아시아. 369쪽. 1만2천원.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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