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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최대 분쟁지역으로 꼽히는 팔레스타인의 모습은 우리에게 포탄에 무너진 터,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상처투성이의 사람들, 파괴된 도시 등의 형태로 다가온다. 이것이 과연 팔레스타인의 모든 모습이며 진실한 모습일까.
팔레스타인의 작가 9명이 쓴 11편의 산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기본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접근하기 어려운 팔레스타인의 진실한 모습을 그곳 사람, 그중에서 작가들의 육성을 통해 간접체험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은 ‘문학으로 읽는 아시아의 문제’ 시리즈의 문을 여는 첫째 권이다. 그 어떤 신문기사나 영상물보다 문학을 통해서 훨씬 정직한 고백을 들을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팔레스타인 작가들의 솔직하고 생생한 기록은 그들의 실상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내적 상태까지 전달해준다. 아다니아 쉬불리의 ‘먼지’를 보면 어디를 갈 때마다 중무장한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수시로 검문을 받아야 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비참한 처지가 고스란히 묘사돼 있다. 다른 어떤 묘사보다 작가의 다음 말은 읽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강한 가을 먼지바람. 이스라엘 점령군들은 이 먼지처럼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의 내면에까지 속수무책으로 파고 든 재난이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영미권에는 꽤 알려진 시인 자카리아 모하메드의 ‘취한 새’와 ‘귀환’, 개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한 팔레스타인인의 현실을 풍자한 수아드 아미리의 ‘개 같은 인생’ 등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