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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오랜 아픔 공유한 우리 너무 늦게 만났죠”
◇ 시집 ‘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 출판기념회에서 저자 마흐무드 다르위시(왼쪽)가 고은 시인의 시낭송을 감상하고 있다.
“고은 시인이 쓴 시는 현실적이면서도 영혼을 울립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진심으로 이해하시는 건 당연하지요.”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팔레스타인 민족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66)가 7일 고은(74) 시인과 만났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자신의 시집 ‘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아시아)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다르위시는 이날 시인 김정환 이시영, 소설가 오수연 등에게 환영을 받았다.
고 시인은 축사에서 “시 한편으로 조국 팔레스타인을 지키고, 언어 미학을 처절하게 빛내는 시인”이라면서 “아시아라는 황막한 공간에서 오래 아픔을 공유한 우리는 너무 늦게 만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유랑 시인’으로 알려진 다르위시는 1982년 점령지가 된 조국을 떠나 튀니지, 카이로, 파리를 떠돌았다. 이후 시작(詩作)과 정치활동을 병행하면서 약소민족의 설움과 분노를 표출했다. 일생 동안 평화와 예술을 추구한 그는 1969년 로터스상, 1983년 레닌 평화상을 수상했고,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예술문화훈장을 받았다.
“시인은 자유를 갈망하다 미친 인간입니다. 자유를 향한 갈망이 인류를 하나로 묶어놓지요. 그래서 시는 보편적입니다. 한국시를 접할 때마다 제 개인의 느낌을 표현한 기분이 듭니다. 시는 현실을 바꿀 수 없지만, 인간의 감성과 양심은 바꿀 수 있어요. 암흑 같은 삶 속에서도 시인은 빛을 찾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시인은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다르위시는 30여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펴낸 문인이면서 현실에 깊이 관여한 정치가이기도 하다. 1987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을 맡았고, 팔레스타인 작가·언론인 협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두루뭉술한 발언보단 단호한 비판과 현실 직시를 선호한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가까운 시일에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팔레스타인은 최소한의 공간을 원하지만, 이스라엘은 아예 우리의 생존권을 인정하지 않아요.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국제법 위에 군림하고 있습니다. 양측 간의 분쟁 가능성은 늘 열려 있고, 팔레스타인 사람의 고통은 계속되겠지요.”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