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3 
"베트남 전쟁, 베트남 전쟁문학에 대한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2006년 성장소설 '끝없는 벌판'을 펴내며 일약 베트남 문단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발돋움한 여류 소설가 응웬옥뜨(31)가 '끝없는 벌판'(아시아)의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2일 서울을 찾았다.
집이 가난해 청소년기에 집안일과 농사, 채소 장사를 하고 고등학교 1학년 때 학업마저 포기해야 했던 응웬옥뜨는 혼자 지내는 데서 오는 고독감을 글쓰기를 통해 극복해야했다.
1996년 창작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00년 단편소설 '꺼지지 않는 등불'로 호치민시 작가협회로부터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한 뒤 2005년 '끝없는 벌판'을 발표하며 베트남작가회의 최고작품상까지 거머쥐었다.
'끝없는 벌판'은 가난 때문에 생존의 갈림길에 선 베트남 농촌사람들의 피폐한 현실을 성장소설 형식으로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척박한 벌판과 샛강, 수풀로 이뤄진 메콩강 일대를 무대로 작은 거룻배를 거처 삼아 살아가는 남자와 그의 아들과 딸, 그리고 갑자기 이들 앞에 나타난 매춘 여성의 신산한 삶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그러나 발표 당시 베트남 사회에서는 "현실을 리얼하게 묘사했다", "재미있다"는 호평과 "미풍양속에 반한다", "희망의 전형을 내세우지 않았다"는 혹평이 엇갈리며 커다란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고 작가는 사상교육위원회로부터 '자아비판'을 요구받기도 했다.
서울 시내 한 한정식집에서 동료 작가 찜짱, 투웅? 시인, 책의 삽화를 그린 화가 쩐루언띤 등과 함께 기자들을 만난 작가는 '끝없는 벌판'에 대해 베트남 전쟁 이야기에서 벗어난 "새로운 이야기"라며 "언제까지나 베트남 전쟁을 이야기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는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그러나 "새로운 이야기가 비록 베트남 전쟁을 직접 담고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그 속에는 여전히 그 이야기가 흐르고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빗발쳤던 혹평에 대해서도 "내 책을 읽고 판단하는 것은 독자들 몫"이라며 "비난을 받을 때는 현기증을 느끼기도 했지만 곧 그런 비판이 평범한 것이며 누구나 주관을 갖고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가는 "용서하는 것을 항상 생각하며" 이 작품을 썼다고 전했다.
자리를 함께 한 찜짱 시인은 "'끝없는 벌판'은 베트남 사회가 안고 있는 매춘문제,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상을 담아냈다"며 "작가가 가진 생각을 솔직하게 느낀 그대로 썼고 문체, 구성력, 인물 묘사 등에서 매우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응웬옥뜨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서는 "'한국대표 단편소설선'을 최근에야 읽어봤다.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감정과 내면세계가 비슷하고 쉽게 읽힌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신경숙, 은희경의 작품 등 90년 대 이후의 작품들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삼 기자jsle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