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Asia Publishers
Home | E-mail | Editorial Room
English

04/23 2021년 심훈문학상 ...
08/21 2017 심훈문학대상, ...
05/24 2017 제21회 심훈...
06/10 2015 심훈문학상 (계...
05/27 2015 아시아 도서목...


고통과 절망의 흐느낌, 희망의 거름으로[한국일보 06.09.22]
 Asia  | 2006·09·25 10:39 | HIT : 5,465 | VOTE : 1,514 |
맑은 눈빛의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가족의 사진을 들고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하마스가 수감자 석방을 요구하며 이스라엘 군인 한 명을 납치하면서 촉발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라말라(팔레스타인) 로이터=연합

'인류'라는 말은 얼마나 공허한가. 생물학적 동질성 하나로 학살자와 피학살자, 억압자와 피억압자를 동일한 가치 안에 포섭할 때 '인류'라는 말은 얼마나 이데올로기적인가. 강자(强者)가 말하는 정의, 수갑 안의 자유는 어떠하며, 국제법의 형평, 종교 안의 사랑은 또 얼마나 무기력하고 기만적인가.

금세기 야만의 가장 무거운 짐을 고독하게 짊어져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9명의 팔레스타인 작가가 산문으로 전한 책 '팔레스타인의 눈물'이 출간됐다.

이 책은 소설가 오수연씨와 팔레스타인 시인 자카리아 모함마드씨가 기획했다. 오씨는 2003년 이라크전 때 파견작가 겸 국제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현지를 다녀왔고 이후로도 중동과의 인연을 이어오다 올해초 양국 예술가 및 평화운동가들의 모임인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thebridgetopalestine@gmail.com)를 출범시킨, 중동 메신저다.

책의 글들은 각각 개성있는 언어로 팔레스타인의 현실-세기를 이어 겪어왔고 또 겪고있는 몸과 내면의 상처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들의 고통을 피상적으로 아는 우리는 책을 읽으며 글의 각각이 이룬 문학적 성취에 앞서 그 상처의 실체적 진실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이스라엘의 콘크리트 장벽으로 갈가리 찢긴 땅, 점령군의 검문소 앞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시작하는 일상, 모욕과 조롱과 폭력과 약탈, 그리고 학살…. 군인에게 돌팔매질을 한 소년들을 붙잡아 부모들이 보는 앞에서 개머리판으로 팔을 분지르는 참경(慘景) 대신 복면 쓴 무장 전사와 자살특공대들의 모습만 방영하는 방송, 그리하여 '점령군의 학살'이 아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이데올로그들의 농간.
필자들은 보고와 고발의 문장이 아니라 상징과 은유, 풍자의 언어로 이 현실을 에둘러 전한다. '취한 새'에서 자카리아 무함마드(시인ㆍ소설가)는 "목을 틀어 뒤를 바라보는" 신화 속의 새 '필리스트'에 자신과 600만 팔레스타인 난민의 삶을 투영한다. "나도 이 새처럼 뒤를, 과거를 바라보고 있다.… 자기들이 제 땅에 있던 시절을 회고하고 있다." 하지만 달리면서 바람을 돌파하기 위해 목을 뒤로 돌리는 타조가 필리스트의 기원은 아닐까, 그의 생각은 이어진다. "(그렇다면) 필리스트 새는 단지 과거를 돌아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더 잘 달리려고 고개를 뒤로 돌리는 것이다.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뒤를 보는 것이다."

풍자로 슬픔을 전하기도 한다. '개 같은 인생'에서 수아드 아미리(작가ㆍ건축학자)는 개 예방접종을 위해 예루살렘 병원을 찾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있는 라말라 주민인 그는 검문소를 통과하려면 두 가지 허가증과 모욕적인 검문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예루살렘 병원이 발급한 진료증명서를 지닌 개는 사정이 다르다. 그는 어엿한 예루살렘의 주인이다. 뒷날 동물병원을 가면서 그는 군인에게 개의 '여권'을 내보이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개의 운전사예요. 보시다시피 이 개는 예루살렘 개인데, 운전을 못해서…." 긴 망명생활 끝에 귀환한 팔레스타인 지식인의 흔들리는 정체성을 다룬 모리드 바르구티의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와 자카리아의 '귀환', 검문을 받아가며 친구들을 방문하는 작가의 내면을 소설처럼 그린 아디니아 쉬불리의 '먼지', 아라파트의 장례식 풍경을 풍자적으로 전한 수아리의 글, PLO와 무장 '하마스'에 대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애증을 이야기한 말리 제인의 글 등 하나하나가 울컥하는 감동을 전한다. '나는 라말라를…'의 필자 모리드는 "총은 우리에게서 시의 땅을 빼앗아가고 땅에 대한 시를 남겼다"고 쓰고 있다. 그리고 오수연씨는 '옮긴이의 말'에 "희망은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고 썼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땅의 시', 그리고 '가물거리는 희망'들이 실현될 때 비로소 우리는 '인류'와 '자유'와 '정의'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455   베트남의 신예작가 응웬옥뜨[연합뉴스2007.10.02]  Asia 07·10·03 5485
454   [신간 200자 읽기]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영남일보, 20150926)  ASIA 15·09·30 5482
453   아시아적 상상력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레디앙 06.5.26)  Asia 06·06·01 5481
452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06.5.27)  Asia 06·07·19 5478
451   하루키 소설은 세계문학 아니다[연합뉴스2007.08.20]  Asia 07·08·23 5477
   고통과 절망의 흐느낌, 희망의 거름으로[한국일보 06.09.22]  Asia 06·09·25 5465
449   팔레스타인 민족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쉬[세계일보2007.11.07]  Asia 07·11·08 5464
448   아시아, 지배를 견뎌낸 예술이여! (조선일보 2006.5.20)  Asia 06·05·21 5461
447   범아시아 문예계간지 '아시아' 출간 (한국일보 2006.5.17)  Asia 06·05·21 5455
446   interesting and thought-provoking writing[KoreaTimes2006.03.02]  Asia 07·03·05 5450
445   팔레스타인이여, 눈물을 거두세요 [북데일리 06.09.28]  Asia 06·09·30 5418
444   베트남을 뒤흔든 소설가 응웬옥뜨[뉴시스2007.10.03]  Asia 07·10·03 5414
443   필리핀 굴욕의 근대사… ‘에르미따’ [동아일보2007.04.28]  Asia 07·04·30 5403
442   [신간 들춰보기]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연합뉴스, 20150918)  ASIA 15·09·30 5401
441   한국인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들 이야기 쓰겠다[한겨레신문2007.10.04]  Asia 07·10·04 5392
440   문예지에 성인물 등급이 매겨진 것은 처음[동아일보 2007.03.02]  Asia 07·03·02 5371
439   “아시아의 창조적 상상력 자유무역지대”…계간 ‘아시아’ 창간 (국민일보 2006.5.20)  Asia 06·05·21 5346
438   한-팔 작가가 엮은 '팔레스타인의 눈물' [연합뉴스 06.09.19]  Asia 06·09·22 5328
437   이-팔 진실 한국과 통해 기쁘다[경향신문 2007.11.08]  Asia 07·11·12 5325
436   EBS 라디오 월드 센터 김민웅입니다(06.7.17)  Asia 06·07·19 5323
[1][2] 3 [4][5][6][7][8][9][10]..[25]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GGAMBO
(주)아시아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445 / 전화 031-944-5058 / 팩스 031-955-7956 / 전자우편 bookasia@hanmail.net
Copyright (C) since 2006 Asia Publishers Inc. All rights reserved.